그림자 분신술 1.0을 만든 이야기와 2.0을 시작한 이야기
해결하고 싶었던 문제
우리 팀은 eDM을 제작할 때 망고보드, Quick, GPT를 주로 쓴다. 그런데 이 방식에는 공통된 문제가 있었다.
망고보드를 쓰는 경우, eDM에 딱 맞는 디자인 템플릿이 없다. 그래서 최대한 비슷한 뉴스레터 템플릿을 가져와서, 이것저것 붙여보고 빼보고 하면서 eDM처럼 만들어 사용했다.
Quick이나 GPT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사정은 비슷했다. 이 도구들은 교양 있으면서도 AWS스러우면서도 AI 느낌이 안 나는....^^ 그 미묘한 톤을 구현하지 못했다. 그래서 사람들은 GPT와 티키타카를 하면서 원하는 느낌을 찾아주곤 했는데, 그 과정에서 시간이 꽤 걸렸다.
직접 하든, AI한테 맡기든, eDM이 요구하는 그 미묘한 톤을 찾는 과정이 오래 걸렸다.
맨 처음에는 이렇게 생각함
그래서 나는 이 문제를, 내가 직접 만든 템플릿 배포를 통해 해결하기로 했다. 그리고 이왕이면 AI가 다 만들어주게 만들어서 속도도 챙기고 싶었다.
그래서 만들어진 그림자 분신술의 첫 번째 버전은 매우, 상당히 단순했다.
유저가 내용을 넣는다 → AI가 템플릿에 내용을 삽입한다 → 내보내기 → 끝~^^
여기까지 만들고 동료들에게 테스트를 부탁했다.
피드백
아무리 예쁜 템플릿이어도 수정을 안 할 수는 없다. 나중에 행사 내용이 바뀌는 경우도 있고, 그렇게 되면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것 밖에는 답이 없어서 불편할 것 같다고 했다.
개발할 당시의 나는 '어차피 HTML로 나올 건데, HTML에서 텍스트 수정하면 되지~' 하는 생각으로 수정 페이지를 따로 만들지 않았다.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HTML의 비주얼에 거부감을 느끼기 때문에, HTML 직접 수정도 썩 좋은 해답은 아닌 듯 했다. 지금 와서 생각하면 솔직히 그냥 내가 귀찮아서 안 만들고 싶었던 걸 essentialism이라는 미명 하에 합리화했던 것 같기도 하고.
그래서 편집기 페이지를 따로 만들어줬다. 텍스트 수정 + 컬러 + 배치를 바꿀 수 있게 만들었다.
배포했더니 나름 잘 쓰임
그림자 분신술을 이용하면...
내가 직접 교양 있고, AWS스럽고, AI 느낌 안 나게 만든 디자인이니까 그 느낌을 찾을 필요가 없다.
- 한 번 넣으면 이쁘게 잘 만들어준다.
- 나중에 행사 내용이 바뀌면 그때만 편집기에서 수정하면 된다.
근데 배포하고 나서 또 생각해봤다
나는 디자인을 할 때 컬러랑 배치를 나중에 바꾸는 일이 별로 없다. 계획하는 단계에서 배치를 미리 잡아놓고, 그 위에 컬러를 입히고, 디자인 요소를 추가하는 식이다.
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다르다. 배치나 컬러를 AI한테 일단 일임한 다음,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으면 '배치 바꿔줘' 하는 식이다. 문제는 배치를 바꾸면 배치만 바뀌면 좋은데, 그것에 연결된 의존성들도 함께 바꿔줘야 한다. 그래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.
내가 맨 처음에 편집기를 만들어 준 건, 그 바꾸는 과정을 좀 더 쉽게 해주는 식의 솔루션이었다. 일단 아무렇게나 만들고, 마음에 안 들면 그때 말해라~하는 접근인 셈이지.
근데 애초에 잘 반영해서 만들면 어떨까?
그게 쉬운 일은 아니긴 하다
잘 반영하려면 잘 말해야 하고,
잘 말하려면 유저가 디자인을 좀 알아야 한다.
- eDM이 어떻게 나오면 이쁠지 스스로 상상할 수 있어야 하고
- 그걸 정확한 용어로 서술할 수 있어야 한다.
그런데 일단 상상하는 것부터 못하는 경우가 많고,
정확한 용어로 서술하는 것은 미대생들도 어려워하는 일이다.
그 어려운 일을, 이렇게 풀어보려 한다
위의 두 문제를 요구사항으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.
- 조합을 계획할 수 있게 만들어주기
- 그 계획을 인풋할 수 있게 만들어주기
내 머릿속을 헤집어서 조합을 계획하는 단계를 표준화하고,
그 단계마다 결정되어야 하는 것들을, 디자인 비전공자들도 어려움 없이 결정할 수 있게 하고,
그 결정을 구조화된 형태로 인풋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만들어주면 되겠다.
그걸 구현한다면?
사람들은 단계별로 자기가 직접 생각한 계획을 입력할 수 있게 된다.
솔직히 eDM 제작에 드는 시간이 지금 대비 유의미하게 줄어들지는 모르겠다. 3시간에서 30분으로 줄어들었으면 이미 많이 줄어들었잖아?
하지만 지금은 30분 만에 만들긴 했지만 뭔가 100% 마음에 들지는 않는 상태라면, 이번 2.0 업데이트 후에는 조금 더 마음에 드는 eDM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.
이를 통해 기대하는 비즈니스 임팩트는 다음과 같다.
- 제작 만족도 향상: 수정 횟수 감소로 '한 번에 원하는 결과물'에 가까워지면서, 제작자의 만족도와 결과물 품질이 동시에 올라간다.
- 크리에이티브 일관성 확보: 디자인 비전공자도 표준화된 프로세스를 따르기 때문에, 팀 전체의 eDM 아웃풋이 일정한 퀄리티를 유지하게 된다.

그림자 분신술 2.0 가보자고~
Lesson learned
아 그냥 처음부터 유저플로우 그려볼 걸 싶다.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...
유저플로우 그려놓고 생각해 보면 아래와 같다.
그림자 분신술 이전에, 사람들이 겪던 일:
행사 주제와 내용(식순, 연사 정보, 장소 정보 등)을 입력 → ai가 뭔가를 만들어줌 → 글자는 제대로 들어갔지만 디자인이 맘에안듦 → AI랑 티키타카 → 완성
내가 생각했던 문제지점:
행사 주제와 내용(식순, 연사 정보, 장소 정보 등)을 입력 → >>(여기)ai가 뭔가를 만들어줌<< → 글자는 제대로 들어갔지만 디자인이 맘에안듦 → 티키타카 → 완성
내가 하고 싶었던거:
행사 주제와 내용(식순, 연사 정보, 장소 정보 등)을 입력 → >>(이거를 잘하기)ai가 뭔가를 만들어줌<<→ 완성
실제로 문제가 발생하는 지점:
>>(여기)행사 주제와 내용(식순, 연사 정보, 장소 정보 등)을 입력<< → ai가 뭔가를 만들어줌 → 글자는 제대로 들어갔지만 디자인이 맘에안듦 → 티키타카 → 완성
이게 유지되는 한, 영원히 맘에 안 들 수밖에 없음.
사람들이 하는 수정에는 티키타카만 있었던 게 아님. 톤을 찾아주는 일은 내 템플릿을 적용하면 되어도, 그 다음 단계의 티키타카에는 아직 많은 것들이 남아있다.
나는 그림자 분신술 1.0에서 그 티키타카를 '쉽게'하게 만드는 식으로 문제를 풀려 했고,
그것도 나름의 성과를 거뒀지만,
그 솔루션을 생각하기 전에 유저플로우를 그려보았다면 아예 티키타카를 줄이거나 없애는 방식을 생각했을 것 같다.
유저플로우만 놓고 보면 문제 발생 지점이 너무 명확하게 첫단계니까 말이다.
나에게 피드백을 줬던 팀원들이 pain만 말한게 아니라, 솔루션까지 말해줘서
그걸 딱 듣는 순간 그 솔루션을 만들어줘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던 것 같다.
솔루션은 참고만 하고, pain을 바탕으로 진짜 문제가 뭔지 한 번 더 생각해 볼 걸!
다음엔 그러지 말자~